[2025 포브스코리아 5월호] 박지혁 와들 대표, 권의진 달파 이사 - AI는 목표 아닌 '수단'일 뿐

2025 포브스코리아 5월호에서 AI 에이전트 활용 방안을 주제로 와들 박지혁 대표와 달파 권의진 이사가 대담을 나누었습니다. AI 에이전트 붐과 향후 전망, 우려되는 점을 논의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전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박지혁 와들 대표, 권의진 달파 이사 - AI는 목표 아닌 '수단'일 뿐
“AI 에이전트는 수단이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AI 에이전트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두 청년이 한목소리로 말했다. AI 에이전트가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 해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AI 에이전트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박지혁 와들 대표와 권의진 달파 이사(공동창업자)는 기술의 수익성보다 본질적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초창기 인공지능(AI) 에이전트(agent·대리인) 시장을 주도한 건 빅테크(거대기술기업)가 아니라 스타트업이었다.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 등장으로 AI 붐이 일면서 대다수 빅테크의 눈길은 생성형(Generative) AI 관련 기술에 쏠렸다.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거대언어모델(LLM)과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AI 등이 주된 연구 대상이었다. 특히 파라미터 수(모델에 포함된 개별 매개변수의 개수)는 LLM 경쟁의 핵심 지표였다.
파라미터 경쟁이 한창일 때 적지 않은 스타트업이 백기를 들었다.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수반되는 LLM 개발 앞에서 스타트업이 빅테크를 상대하기란 벅찬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몇몇 AI 스타트업의 선택은 적중했고 ‘신의 한 수’가 됐다. 이들은 당시 호황도 아니었던 AI 에이전트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AI 에이전트 시장 규모는 38억 달러 수준이었다.
적지 않은 스타트업이 AI 에이전트 개발에 뛰어든 데는 투자 혹한기 장기화가 한몫했다. 투자금이 메마른 탓에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기술을 찾던 AI 스타트업은 AI 에이전트라는 ‘오아시스’를 발견했다. 당시 메타와 구글, IBM 등 여러 빅테크가 자사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덕분에 스타트업은 이를 토대로 AI 에이전트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AI 스타트업의 또 다른 신의 한 수는 수많은 종류의 AI 에이전트 중에서도 기업 맞춤형 모델을 사업 아이템으로 택한 점이었다. B2B(기업 간 거래) 비즈니스는 주요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확보하면 일정 기간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비즈니스보다 안정적이란 이점이 있다. 기업용 AI 에이전트가 실제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사례가 차츰 늘어나면서 2024년 AI 에이전트 시장(약 54억 달러)은 전년 대비 약 4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AI 에이전트는 기업이 경쟁사를 따돌릴 수 있는 혁신적 무기나 다름없었다. AI 스타트업은 고객사 수요가 날로 늘어나자 의료, 금융, 교육, 고객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AI 에이전트와 초개인화 서비스 등을 마련했다. 스타트업의 대담한 도전과 발 빠른 혁신이 AI 에이전트 시대를 앞당긴 것이다. 그랜드뷰리서치는 올해부터 향후 5년간 AI 에이전트 시장이 연평균 45.8%씩 성장해 2030년에는 503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현상을 목도한 빅테크가 AI 에이전트 시장의 장밋빛 미래를 확신하면서 기술개발 경쟁도 격화하는 모습이다. 빅테크뿐 아니라 통신사, 정보기술(IT) 기업 등도 AI 기업을 표방하며 서둘러 시장에 합류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하나의 ‘장르’다
AI 에이전트를 둘러싼 패권 다툼이 심화하면서 국내 AI 스타트업의 고민도 짙어지는 모습이다. 고뇌가 깊은 만큼 기술 고도화를 향해 잰걸음에 나선 상황이다. 글로벌 AI 에이전트 전쟁터에서 고군분투하는 국내 스타트업 두 곳을 찾았다. 대화형 AI 쇼핑 에이전트 젠투를 개발·공급하는 ‘와들’과 기업 맞춤형 AI 솔루션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하는 ‘달파’다. 업계에서 두 스타트업은 AI 에이전트의 기술력과 시장성을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박지혁 대표가 설립한 와들은 온라인쇼핑몰 방문자가 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검색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유튜브 등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에 주목했다. 온라인쇼핑몰에도 점원이 있으면 잠재적 소비자 이탈을 방지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온라인 점원 젠투를 개발했다. 젠투는 고객 니즈와 상황·맥락에 맞게 상품을 추천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이다. 지난해 10월 오픈AI는 국내 스타트업 최초로 와들과 엔터프라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의 업무 자동화를 돕는 달파는 2023년 설립된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지만 빠른 성장 속도를 자랑한다. 지난 4월 기준 기업 맞춤형 AI 에이전트가 포함된 달파 AI 솔루션을 도입한 고객사는 약 160곳에 달한다. 현대디에프, KT커머스, 대상, SK스토아, 대홍기획,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어스(딩고 운영사) 등 고객사 업종과 규모도 다양하다. 지난 4월 초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빌딩에서 박지혁 와들 대표와 권의진 달파 이사(공동창업자)를 만나 AI 에이전트 붐과 향후 전망, 우려되는 점 등을 논했다.

AI 에이전트 붐을 어떻게 보나.
박지혁(이하 박) : 국내 여러 IT 스타트업이 AI 열풍에 따라 AI 스타트업으로 변모했다. 이 중에는 AI 모델을 만드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AI에 필요한 반도체를 설계하는 곳도 있고, AI를 활용해 플랫폼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AI라는 신기술에서 수많은 종류의 스타트업이 파생된 것이다. 이제 AI는 특정 기술에서 벗어나 하나의 장르가 됐다. AI 에이전트도 또 다른 장르로 발전하리라고 생각한다. AI 에이전트라는 개념이 마치 스펙트럼처럼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호한 기대감이 구체화 단계를 거쳐 기술 고도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2~3년 전만 해도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호기심의 영역에 그쳤다. 하지만 생산성 증대를 위해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요구 사항도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권의진(이하 권) : 최근 AI 에이전트 붐을 보면 1990년대 ‘닷컴 버블’ 현상이 떠오른다. 당시 인터넷 대중화가 불러온 거품경제는 증시 대폭락이란 위기를 맞았고 수많은 기업이 줄도산했다. 이러한 흑역사가 반복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AI 기업이든 고객사든 일반 사용자든 공통적으로 AI라는 신기술을 맹목적으로 추앙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AI를 둘러싼 희망찬 기대가 앞으로 다가올 현실과 다소 괴리감이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AI에 대한 과한 기대를 현실감 있게 내려놓는 동시에 AI를 건설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맹목적인 AI 추앙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면.
권 : AI 기술 도입 자체가 목표인 기업이 적지 않다. ‘우리 회사도 AI 에이전트나 AI 시스템을 가져다 쓰면 더 빠르게 성장할 거야’라는 믿음으로 충만하다. 하지만 AI는 ‘만능템(만능 아이템)’이 아니다. AI는 도구일 뿐이며, 회사의 목표와 당면 과제를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문제가 명확해야 문제해결에 적합한 도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이 모호한 채로 무작정 AI 기술을 사용하려는 회사는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AI 기술 도입은 회사 입장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나 다름없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맹목적인 추앙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AI 기업의 입장은 다를 것 같은데.
권 : 물론이다. 에이전트를 비롯해 다양한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술기업과 솔루션을 사용하는 고객사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둘은 운명 공동체라 할 수 있다. 고객사의 문제 의식이 명확하지 않으면 기술기업도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당장 AI 기술을 도입하면 단기적 효용가치는 얻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가파른 고속 성장세를 이루기 어렵다. 선형적인 성장조차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달파와 같은 기술기업은 고객사가 허상을 좇지 않고 본질적 가치에 집중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달파의 생존 목적이자 개인적인 소망이기도 하다.
무조건적인 AI 도입은 지양해야
AI 에이전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다.
박 : AI는 동일한 입력에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 소프트웨어와 구분되는 차이점이자 위험 요소다. 특히 이커머스 영역에서는 AI 에이전트가 잘못된 정보나 중의적인 설명, 상품 업데이트 시차 등으로 소비자의 오인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가 반복되면 기업 운영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기업은 다양한 오류 유형을 파악해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AI의 파급력은 기업에 국한하지 않는다. 사회적 영향력이 잘못된 방향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에는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가.
박 : AI 에이전트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책임 소재 이슈는 더욱 민감해질 것이다. 가령 누군가 AI 에이전트를 악용하면 AI 에이전트 개발사와 온라인쇼핑몰 운영사, 쇼핑몰 입점사, 일반 사용자, 사이버 공격자 등이 사건에 얽혀 있기 때문에 문제해결이 난해할 수밖에 없다. 또 신규 사용자가 많이 유입될수록 AI 에이전트와 관련해 미처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새롭게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AI 에이전트가 개발자의 의도·목적에서 벗어나는 액션을 취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개별 이슈별로 책임 소재·비중을 면밀히 구분해야 한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궁극적 사업 비전이 궁금하다.
박 : 와들은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사용자가 젠투를 이용해 구매 여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길 바란다. 올 연말까지 목표는 일주일간 젠투와 대화한 사용자가 100만 명을 돌파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점원이 먼저 말을 걸면 부담스럽거나 귀찮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점원 젠투는 한창 쇼핑 중인 사용자의 마음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다. 젠투 덕분에 사용자의 구매 편의성이 증대된 사례가 많아질수록 젠투를 도입하는 온라인쇼핑몰 매장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상품 검색·추천 기능에서 더 나아가, 사용자가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물건을 때 맞춰 살 수 있도록 알림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단순한 점원에서 프리미엄 컨시어지(concierge·안내원)로 점차 진화하는 젠투를 기대해달라.
권 : 달파 구성원 간에 즐겨 쓰는 말 중 ‘대세감’이란 표현이 있다. 대세는 일이 진행돼가는 결정적인 형세를 뜻한다. 모처럼 일이 잘 흘러갈 때 느껴지는 감각을 계속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대세감이란 말을 지었다. 앞으로도 달파가 대세감을 지키면서 나아가길 희망한다.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고객사를 유치해 B2B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달파의 구독 서비스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고객사가 늘어나길 바란다. 이를 가리키는 지표가 월간반복매출(MRR, Monthly Recurring Revenue)인데, MRR 증가율이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또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전략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내고 글로벌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 지켜봐달라.
출처 : 박지혁 와들 대표, 권의진 달파 이사 - AI는 목표 아닌 '수단'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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